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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집

인간극장 시인과 주방장

백발마님 2019. 8. 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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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주방장
시인은 철가방을 들었고, 주방장은 시인이 되었다. 
25년 경력의 손 빠른 중화 요리사 경만(55)씨가 음식을 만들어내면 
뽀글머리 배달부 을현(56)씨가 서둘러 배달을 나간다. 
두 사람의 기묘하고 유쾌한 동거! 어떻게 시작된 걸까?

< 사거리반점 >
전남 무안군 현경면 봉월로 109번지(용정리 461-1)
061-452-0717

※검색으로 찾은 곳으로 방송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거슬러 2년 전, 겨울. 광주에서 시인이자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을현 씨는 
무안 작은 중국집의 소문난 낙지 짬뽕을 취재하러 왔었다.
너른
들판 끝에 펼쳐진 바다가 좋았고, 무엇보다 소탈한 경만 씨가 이야기 나눌수록 좋았다.
그 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해오던 을현 씨가 무안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시인과 주방장의 유쾌한 동거, 중국집 창고는 시인의 작업실이 됐다.
올해 봄부터는 이 두 사람과 한 지붕에서 지낼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는데..
바로 을현씨의 어머니(김기윤 95)다.
막내아들이야 늘 보면 좋지만, 아침저녁으로 뜨끈한 밥상 내주는 건, 다정한 경만 씨. 
노모도 살갑고 요리 잘하는 아들 한 명이 생겨 무안 생활이 더 즐겁단다.



시인과 노모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방장 경만 씨는 어떤 사람일까? 
우연히 시인의 시 강의실에 몇 번 갔다가 경만 씨는 어느 날 흙 묻은 손으로 글 하나를 시인에게 내밀었다.
그게 주방장 경만 씨의 첫 시 ‘잡초의 일생’이었다. 
그 뒤, ‘꼬부랑 할머니’라는 시를 문예지에 출품해 신인상까지 받게 됐고, 
그렇게 그는 ‘시 쓰는 주방장’이 됐다.
사실, 경만 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형수님 손에 자랐다.
어린 두 딸을 혼자 키우며 일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을현 씨를 만나고 쳇바퀴 같던 삶에 활기가 돋는다.
잡초를 뽑던 고단함을, 기역 자로 허리가 굽어버린 이모를 만나고 돌아온 밤의 슬픈 마음을 시로 쓴다.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준 친구가 경만 씨는 더없이 고맙다.
때로는 인생 최고의 친구로, 때로는 별일 아닌 일에도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지켜보는 이들은 ‘천생연분’이라며 웃곤 하는데, 일하다가 밭에서 뜬금없이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부르고, 옥수수 팔러 갔다가 보기 좋게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두 친구.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시인 을현 씨와 외로운 인생을 돌고 돌아온 주방장 경만 씨.
서로 다른 두 사람을 이어준 건 바로 ‘시’ 였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난 운명’이라 말하는 두 친구 
삶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곳, 무안 사거리 반점엔 시인과 주방장이 있다.